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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단비뉴스 마중 다큐 ★영화제★에 가다 (긴글 주의)
- 우*
- 조회 : 3381
- 등록일 : 2023-10-27
안녕하세요! 16기 문준영입니다. 실명으로 세저리이야기를 쓰는 건 처음인데요. 실명을 건 만큼 무한도전 짤을 마구 썼던 과거 스타일과 다르게, 진지 한 스푼만 섞어 적어보려 합니다. 하핫 민망하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PART.1 단비뉴스, 가치봄 영화제에 가다!
7월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문준영 감독님 맞으신가요?” 감독님이라니요, 전 그런 오글오글 호칭으로 절 소개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시냐 물으니, 제24회 가치봄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장애인 미디어’ 색션에 초청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학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제천 시에 있는 장애인 극단 ‘마중’이 9번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 단편 다큐멘터리 <연극으로, 마음이 오고 가는 중>(이하 <마중>)을 가치봄 영화제에 출품했는데, 그것이 비경쟁부문에 선정된 것이었죠! (가치봄 영화제에 내는 덴 멋쟁이 벼리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장애인 미디어’ 색션 상영시간에 맞춰 서울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가치봄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가치봄 영화제에 초청받은 모든 작품은 무료로 볼 수 있는데요. <마중>은 ‘장애인 미디어’ 5편 중 4번째로 상영되었답니다.
다른 영화제처럼 카탈로그북도 나왔습니다. 영화 소개글과 함께 제 바이오그래피와 사진도 박제(?)되었습니다. 페이지 상단 스틸컷은 진국 PD가 “너 이거 찍었어?”라고 하면서 본인의 카메라로 촬영해 준 장면입니다.(최고다...) 카페에서 만난 아빠가 잘 찍으라고 페이지를 야무지게 잡아주셨습니다.
앞 순서 영화의 크래딧이 올라가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프닝을 기다렸습니다. 깜깜했던 스크린이 밝아지며, 익숙한 배경음악과 함께 예나 언니의 잔잔한 내레이션이 상영관에 울려 퍼졌습니다.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관객이 많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반응이 궁금해지더군요. 괜히 다들 잘 보고 있나 두리번거리고, 피식 웃을 법한 장면에선 다들 미소 짓고 있나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중>이 여타 평범한 영화들 사이에 섞여 ‘소비’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신기했습니다.
나오는 길에 영화제 포토존이 있었습니다. 지나치려다 언제 또 이런 일이 있겠나 싶어 혼자 어색해 하며 찰-칵 찍었습니다. (갈 곳을 잃은 두 팔...) 다른 분들의 작품도 보고, 기념품도 받으며 재밌게 즐기다 왔습니다.
PART.2 TMI
다른 기사나 영상도 마찬가지겠다만, <마중>를 제작하는 동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습니다. 은주와 아연 기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중은 글기사와 다큐 각 1편으로 기획되었는데, 두 분의 꼼꼼한 취재 덕분에 제가 놓친 부분을 편하게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 당일, 교수님의 배려로 미콘부원이 ‘야외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공연 현장에 왔습니다. PD들이 본인의 핸드폰과 카메라로 찍어준 영상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운도 좋았습니다. 사실 난이도만 놓고 보면 <마중>의 난이도는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섭외가 이미 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이해관계도 잘 맞았습니다. 가장 골치 아픈 촬영 동의도 얼마든지 OK인 상황이었습니다. 출발선이 앞서 있는 경기였달까요. 다시 생각해도 운이 참 좋았습니다.
티가 났을지 모르겠다만, 만드는 과정 내내 속으로 나약한 생각을 무지 많이 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자신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 아이템이 다른 PD한테 갔으면 훨씬 잘 됐을 텐데, 이제 와서 못하겠다하자니 마중 사람들은 뭔 죈가 싶고... 이때 주변에서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두 마디가 있는데요,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 한 번 공유해봅니다:
A. “오스카에 내는 거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라.”
가볍게 던져진 박쌤의 농담 한 마디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찔찔거리던 저에게 메로나도 사주셨답니다. (쏘스윗!!) 대신 출고 일정을 미루지 말자. 이거 하나 강조하셨습니다. 첫 영상인데 나쁜 버릇 들이면 안 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B. “지금이 마지막이다.”
자타공인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 현덕 PD가 스쳐지나가듯 한 말입니다. 출고하면 다신 수정할 수 없다, 이걸 편집할 수 있는 건 지금 뿐이다. 그러니까 즐기면서 해라! 체력적으로 힘들 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나 자신과 너무 쉽게 타협하지 말리는 뜻으로 이해하고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PART.3 뭘 잘했다고~
돌이켜보면 제작 전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은 단계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 기수 기자 분께서 마무리하지 못한 아이템을 넘겨 받아 시작했고, 촬영은 PD들과 동행한 아연, 은주 기자가 도왔고, 편집도 교수님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내래이션은 예나 기자, <가치봄영화제>의 존재를 알려준 건 벼리 기자였습니다. 게다가 스토리는 마중 극단의 존재만으로도 워낙 좋았죠. 감사한 것과 별개로 오늘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하면서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잘한 게 뭐냐고 계속 곱씹어보았습니다. 능력을 갖춰야겠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일어나는 일에 많은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는 성격인데, 주변에서 자꾸 <데뷔작>이라고 불러주시니 속으론 “어 큰일이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흐흐 걱정보단 기대를 해주시며 늘 할 수 있다고 제게 큰 힘을 불어 넣어준 미콘부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발표 난 후 상영까지의 긴 텀 덕분에 축하를 오~래 받았습니다. 선물로 책을 사준 고마운 동기도 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공들여 취재하고, 기사 쓰고,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영화제에 갔다는 이유 하나로 세저리이야기까지 쓰다니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재밌는 취재기가 있으면 세저리이야기에 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호호 (소셜팀 자아 출현) 아무튼 <마중>,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네요, 그동안 고마웠다 안녕!!!
남은 학기도 화이티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