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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반성문

  • 윤* 호
  • 조회 : 1527
  • 등록일 : 2024-03-14
 

"응 준호야, 접시는 언제 가져오니?"

세저리를 생각하면 늘 가슴 한편이 무거웠습니다.







(출처: 삼남자의 제천 방문기에 달린 댓글 갈무리)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2022년 12월17일 15기 7명은 2층 PD방에 모여 비밀리에 종강 파티를 거행했습니다.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족발도 사 왔더랍니다. 술(이승현 연구원님 죄송합니다.) 음료를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구를 덜 생각했다면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일회용품 대신 생관위원장이 애지중지 관리하는 접시와 주방 집기들을 챙겨 내려갔습니다. 문제는 뒷정리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파티를 마치고 박스에 접시를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4층으로 가지고 가 설거지할 생각에 모두 신이 났습니다. 전 운명의 그 박스를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왔을 무렵입니다. 접시가 느닷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속절없이, 야속하게, 멈추지 않고, 떨어졌습니다. '와장창창창창창창차앙차아차아찿' 소리가 야심한 문화관에 울렸습니다. 운반 도중 박스 밑바닥이 열린 것이었습니다.



(사건 당일 종강 파티 참석자 단체 카톡방 대화 갈무리. 조성우는 당시 생관위원장이었다.)

사건이 있은 지 얼마 뒤 새해부터 서울로 올라가 정신없는 1년을 보냈습니다. 수습 기간을 거치고 사건팀 막내 기자로 굴러다녔습니다. 접시는 제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제쌤은 모든 걸 기억하십니다. 사건으로부터 1년가량이 지난 2023년 11월 세저리의밤, 제쌤은 제게 다가와 말씀하셨습니다. "응 준호야, 접시는 언제 가져오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제쌤은 기다리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안쌤은 죄를 씻을 방법을 일러주셨습니다. 세저리의밤 일주일 뒤, 15기 삼남자 박시몬, 조성우, 윤준호가 제천에 방문했을 때 안쌤은 말씀하셨습니다. 


"윤준호, 잘 들으세요. 접시는 이미 많으니 대충 너가 30개 깨뜨렸다고 하고, 뭐가 됐든 30개를 세저리로 보내. 그리고 세저리 이야기를 써."

 



'뭐가 됐든 30개 보내기'. 이제야 완수합니다. 만 원권 30장입니다. 오만 원권 30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네요.

고작 30만 원 기부해 놓고, 스스로 세저리 이야기를 쓰니 민망하기에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속죄의 일부라고 생각하렵니다. 이렇게나마 제 죄를 고하고 제쌤의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늦었지만 제쌤과 전 생관위원장께 사죄드립니다.

윤준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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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4
naver 마님   2024-03-15 11:14:25
너의 죄를 사하노라....
naver 농부와꽃남매   2024-03-15 14:14:07
면죄를 축하드립니다!
naver -   2024-03-19 00:10:33
죄를 사해 주신 마님 ㅋㅋㅋㅋㅋ 30만원 기부 굳!!
naver 이선재   2024-03-20 22:36:3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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