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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코로나 시절, 우리는(이동민/부산,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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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5282
- 등록일 : 2020-03-06
코로나 시절, 우리는 (이동민/부산, 포항)
안녕하세요. 13기 이동민입니다. 제게 코로나 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 여쭤보신다면 음...나름 바쁘네요ㅎㅎㅎ.
어제까진 부산에 있었고, 업로드하는 오늘은 포항, 내일은 서울에 갈 예정이에요.
사실 저는 부산 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발생(2020년 2월 21일)하기 전후 부산의 기장이라는 곳에 새로 생긴 이케아 매장 내 헬퍼로 잠깐 일했어요. 오늘(3월 6일)은 인터뷰이를 만나 포항의 한 카페에 있고요. 내일(3월 7일)은 서울에서 사촌의 결혼식도 갈 예정이기도 하고요.
이케아에서 짤막하게 겪었던 나날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포항에 거주하는 간호사분과 나눈 짧은 Q&A도 넣어봤습니다.
1. 가는 날이 장날 아님
#IKEA 동부산점 #2월 13일 오픈 #바쁨 #식사 30분 #코로나 이후 #지루 #심심 #꿀(?)
2월 13일, 신종코로나와 교통정체 우려 속에서 이케아 동부산점이 개장했었어요. 그럼에도 인산인해였죠. 당시 부산 내 신종코로나 환자가 없었기에. 영남권에서 유일한 지점인 점도 한몫했어요.
직원 사무실에서 바라본 인파 (심지어 오후)
그리고 이케아 헬퍼로서 저의 첫 출근날이기도 했죠. 고객팀으로 발령받아 2월 29일까지 10일간 근무했습니다.
저는 고객서비스센터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아드리고 매장 내 간단한 문의 사항에 답해드리며 손님들을 응대했어요. 매장 내 옐로우 백이라는 매장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장바구니도 정리했고요. 카탈로그가 부족하면 핸드자키를 이용해 비치했습니다. 때론 하자가 있는 제품을 재조립하여 동일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 가능한 알뜰상품 코너에 내놓기도 했어요.
저의 근무환경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네! 헬퍼는 잡일 담당이었습니다ㅎㅎ
개장한 첫 주, 그리고 둘째 주와 마지막 주에 제가 체감한 업무 환경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오픈 직후 첫 주간 고객들이 이케아 멤버쉽 가입을 도와줄 땐 대구 및 경북에서 온 분들도 여럿 봤었어요. 거제도에서 오신 분도 있었고요. 손님들은 매장 안팎으로 줄을 서야 했어요. 구입한 것을 내려놓고 나가는 손님들도 있었죠. 일하는 사람들은 쉴 틈이 없었어요. 식사 및 쉬는 시간이 30분으로 제한되어 있을 정도였으니깐요. 군대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마감 아닌 저녁 5시 매장 모습
둘째 주엔 제가 근무했던 곳이 맞나 싶었어요. 육안으로도 분명 오픈한 첫 주보단 손님 수는 적었죠. 없는 사진만 모아서 찍은 건 기분 탓 아님 늘 꽉 찼던 레스토랑에 빈자리가 보인 건 상상도 못했죠. 잉여 인원이 많아져서 리커버리 부서에 가서 조립업무를 도운 건 덤이었고요.
그렇게 손님은 없고 지루한 나날을 보낸 채, 헬퍼들과 쉬면서 일이 없다는 배부른 푸념을 끝으로 마지막 업무를 끝냈어요. 혹자는 “알바비 거저 벌었네” “꿀 빨았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부정은 못하겠네요. 제게 꿀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일이 없던 만큼 쉬는 시간 많아졌던 건 분명 피고용자 입장에선 좋았어요. 일은 적어졌고 덕분에 편해졌지만 주는 돈은 똑같았기에.
하지만 매장에 들어설 때 마스크를 쓴 채 어딘가 불안감을 가지고서 카트를 끄시는 손님들, 제 손으로 건넨 번호표를 뽑아 드릴 때 주저하는 손님들을 보았을 때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더라고요.
안타까웠습니다. 모처럼 우리 집을 꾸미기 위해 멀리서부터 차를 끌고서 기쁜 마음으로 쇼핑을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불안감을 가지면서 돈을 쓰러 온다는 현실이.
“행복은 어디서 살까요”라고 묻는 이케아. 이 시련이 지나고 나면 언젠간 진정한 행복을 살 수 있겠죠?
2. 병원인데 환자가 안 보여요.
#응급실 패쇄 #임시 폐쇄 #코로나 의심환자 #레벨D #예방 수칙
대구 경북지역은 신종코로나로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지역입니다. 확진자의 대부분이 있으니 말이죠. 밑에 있는 사진은 포항성모병원 내부입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돌아다니는 환자들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몸이 아프고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기에 더욱 그러했겠죠.
포항성모병원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예방을 위해 고생하시는 경비원님들의 모습
저는 포항성모병원 내 ICU(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최소정씨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Q. 본인이 일하는 병원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때요?
A. 응급실이 경우에는 ‘레벨D’라는 개인보호구를 입고 일하기 때문에 덥고, 입고 벗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벗는 과정에서 감염이 생길 여지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해요. 저도 확진의심자가 왔을 때 입고 일해봤는데 되게 덥더라고요. 온 몸을 비닐로 싼 느낌? 되게 우주복같아요. 숨 쉴 때에도 되게 답답했어요.
레벨D 복장에 대한 간략한 설명 (출처: 조선일보)
마스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의료용품 공급이 많이 부족했어요. 예전엔 넉넉하게 쓰고서 버렸던 의료감염폐기물통도 꽉꽉 채워서 버려야 하고요. 감염폐기물들의 경우에는 버려진 일회용품의 경우에는 썩지도 않을텐데 앞으로는 환경문제에 있어서 어떻게 처리될지도 미지수에요.
중환자실의 경우에는 면회제한으로 환자를 만나고 싶은 환자를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애로사항도 있고요. 이전보다 중환자실로 오는 환자들은 많이 줄었어요. 대신 중증도는 많이 높아졌죠. 아마 가벼운 증상만으로는 입원을 하지 않는 심리 때문인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육안으로는 병원 내외로 출입하는 환자의 수가 많이 줄었어요.
Q. 본인의 주변 간호사들의 고충은 어떤게 있었을까요?
A. 의심환자가 왔을 경우에는 당시 근무 때 일한 사람들은 퇴근도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해요. 확진의심자가 음성이 뜨기 전까지 노심초사하고 집에도 못 가는 문제도 있죠. 14일 동안 병원을 나서지 못하는 거에요.
거기에 오랫동안 덴탈 마스크를 쓰는 간호사의 경우 피부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일하는 내내 써야 하고 환자들을 마주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서로의 안전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참아야겠죠.
Q. 신종코로나가 유행함에 따라 간호사로서 일반인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본인만의 대처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마스크를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온 몸을 소독하는 일이에요. 외출을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에는 향균 세정 스프레이도 뿌리고 바로 씻어요. 손도 손이지만 생각보다 머리에 세균이 많아요. 자기 전엔 무조건 머리 감고 자고요.
손 소독제 바르고서 대충 비비지 마세요. 손톱 밑까지 구석구석 바르고 마를 때까지 비벼야돼요. 알코올이 날라가면서 손 소독이 되는거에요.
손 씻기는 정부에서 권고한 대로 순서에 맞춰 씻으세요. 대충 씻으면 씻으나 마나에요ㅎㅎㅎ
매장도 병원도, 그리고 우리가 발 닿는 어느 곳이든 우리는 없었어요. 그리고 다들 경계했죠. 전염병에 맞서 마스크와 장갑을 끼면서 우리를 가린 채 서로를 마주했어요. 대개 대화는 짧고 오랜 만남은 뒤로 한 채로.
악수보다 눈인사가 예의가 되어 버린 코로나 시절, 아직은 서로를 가까이 마주하기 힘든 시간이지만, 역경 뒤에 행복이 찾아오듯, 부디 이 시련을 극복하고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웃을 수 있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개강때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