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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코로나 시절, 우리는(홍석희/안산)

  • 홍* 희
  • 조회 : 5027
  • 등록일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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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1.5기 홍석희입니다.

경상도 소식이 많은 것 같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경기도 풍경도 하나 전합니다!


3월 7일 00시 기준 경기도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34명입니다.

확산이 빠르진 않지만

어제 분당에서 병원 내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인데요.


전국에서 재중동포 및 중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낮은 확산세를 기록하고 있는 지자체가 경기도에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경기도 안산인데요.

안산은 내내 청정지역을 유지해오다가, 오늘 오전 확진자 2명이 발생했습니다.


안산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안산시에는

중국동포 등 중국 출신 5만7,426명(중국동포 4만8,789명+중국인 8,637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전체 외국인주민은 8만7,507명으로 전체 인구 73만8,066명의 11.8%에 이릅니다.

외국인, 특히 중국 출신 주민들이 밀집해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에 안산시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어떤 언론은 안산시의 상황을 두고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단지 '운'이 좋았던 걸까요.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거리'의 분위기도 느껴볼 겸

직접 안산에 찾아갔습니다.

의왕시와 인접한 곳이라 빠르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안산시는 아니고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비치된 손소독제입니다.

행여나 시민들이 지나칠까봐 화살표까지 달아놓은 절실한 마음이 느껴져 한 컷 담았습니다.

당연히 공무원이 설치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세히보니 뒷 건물에 있는 광고기획업체의 선행이더군요.

'왜 공무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라는 안타까움과

'그래도 각자 최일선에서 고생하고 있을텐데...'라는 안쓰러움을 차례로 느꼈습니다.

애쓰시는 공무원분들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20여 분 동안 버스와 자하철을 타고 4호선 안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안산역은 안산 외국인 주민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인데요.

9천여 개의 기업체가 들어서 있는 시화·반월공단이 2번 출구 쪽으로 펼쳐져 있는데,

지금은 중국 출신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번 출구 앞으로는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안산다문화음식거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평일 낮 여느 시장의 풍경과 다를바 없이 한산하고 평화롭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요.

아직 외국인 확진자는 없지만 최대한 조심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다문화 거리의 중간 즈음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안산시 관계자는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는데요.

꽤나 쌀쌀한 날씨에도 안산시 공무원 2명이 천막 안을 지키고 있습니다.

길거리의 사람들도 익숙하다는 듯 신경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중국어로 제작된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현수막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수십 개의 중국어 현수막과 중국말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마치 중국에 와있는 듯한 기분까지 들더군요.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을 중단한 마라탕 가게입니다.

다문화 거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반 달이나 쉬는 이유가 궁금하더군요.

그러나 주변 상인들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문화 거리에 있던 여러 가게들 중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은 건 이 곳이 유일했습니다.


안산종합여객자동차터미널입니다.

타지역에서 유입되는 감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터미널에도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공무원 두 명이 눈을 떼지 않고 모니터를 계속 응시하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24일, 25일에는 대구를 오가는 버스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안산시 공무원들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여 일주일 4회 이상 지역사회 소독에 나서고 있습니다.

25개반 1,145명의 공무원이 시내 전역을 이틀마다 방역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집단 감염 우려가 큰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열화상 카메라까지 동원하고 있구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안산시가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방역에 임하는 공무원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인데도, 무언가 씁쓸한 마음이었습니다.

밖에서 바라본 다문화 거리는 평온했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중국인 주민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그 사회적 파장은 엄청날테니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가 생각이 많아진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범인찾기'에만 혈안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선 모든 감염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분석은 철저하게 의학적·과학적 토대에 입각해야 합니다.

근거 없는 정치적 마타도어까지 용인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누군가를 향한 혐오적 표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를 바로잡기는 커녕 적극 공조하는 모습입니다.

어렵고 혼란할 때 <단비뉴스>는 더 빛을 내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일원으로서 힘을 보태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4월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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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4
naver dlawld****   2020-03-07 14:14:50
중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곳은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했는데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취재해서 기사로 내도 유용할 것 같아요 ㅎ 저도 신천지가 다수 거주하는 대구의 한 아파트가 오늘 코호트 격리 조치가 돼서 인근 지역을 가보고 싶은데 겁나서 못가겠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개강하면 봐요 형!!
naver -   2020-03-07 14:45:12
와.... 기자다운 면모가 ...!!

아무리 가짜뉴스와 혐오에 경각심을 느낀다고 해도, 발원지와 국적자들이 많은 곳이면 쉬이 발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직접 누비시고 이렇게 생생하게! 기승전 특정국가책임론으로 장식하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 되는 취재... 잘 읽었습니다!
naver 마님   2020-03-07 15:35:28
오~ 시의성, 희소성, 유용성 모두 높은 보도! 특히 방역 일선에서 어떤 분들이 고생하고 있는지 잘 보여줬네. 몰지각한 언론 행태에 뿌려준 소금 한 바가지도 속시원. 담엔 ㅋㅋㅋ 유발 후추가루를 쬐끔만 추가하는 걸로.
google 박서정   2020-03-07 21:18:08
헉 나도 안산 하려고 사진 다 찍었는데ㅠㅠ 오늘 올라올 줄이야ㅠㅜㅜ그래도 한편의 기사 같은 세저리 이야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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