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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코로나 시절, 우리는 [박서정/한강공원]
- 1* *
- 조회 : 5459
- 등록일 : 2020-03-12
안녕하세요, 신입생, 재학생 여러분.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날씨가 추워졌다 풀렸다 하는 와중에 건강 잘 챙기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세저리이야기를 챙기는 제가 이제사 세저리이야기를 올려서 송구합니다.
여차저차해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더니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서 정신이 없었답니다ㅠㅡㅜ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니 확 허전해지더라구요.
세저리민들이랑 하는 스터디도 온라인으로 하고
부산 있을 땐 그렇게 보고 싶다고 하던 사람들도 코로나 종식되면 보자고 하고ㅠㅜㅜ
실내 생활에 몸도 마음도 처져 있던 어느 날,
잠시 서울로 올라온 고향 친구가 한강공원에 가보자고 제안해서 나섰습니다.
15년 만에 간 여의나루에는
서울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알려주는 게 없는 캐치프레이즈가 번듯하게 서 있었어요.
저게 왜 문제냐면
서울이 하면 다른 지역이 따라하거든요-_-
해운대는 한 술 더 떠서 정열의 빨간색으로 해놨죠?
타지에서 놀러온 친구 성화에 저기서 같이 사진을 찍었을 때 기분이 참 묘했답니다.
암튼 여의도에 왔으면 역시
자전거를 타야겠죠? 전화했을 때는 코로나 대응 때문에 안 빌려준다고 한 거 같은데
막상 가니까 금방 빌릴 수 있었습니다.
예방행동수칙을 친절하게 안내해놨습니다.
사실 자전거 타본 지도 몇 년 되어서 겁났는데
점점 탈수록 익숙해지면서 옛날 생각이 나더라구요.
어릴 때 바로 이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처음 배웠어요.
광장 가로수들을 지나 자전거도로로 들어가는데
이제 초등학생이니 뒷바퀴 없는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며 질책하던 아버지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못하는 걸 굳이 시키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운 와중에도
공원에 가면 노점 카트에 꽂힌 바람개비 다발이 돌아가고
짚모자를 쓰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들떴던 기억이 있는데요.
제가 변한 건지, 한강공원이 변한 건지, 처음 와본 것처럼 낯설더라구요.
세련됐지만 차가운 돌바닥 위로 노점 금지 현수막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면서
공원이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 휑해 보이는 게 코로나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옛날 생각을 하며 페달을 밟다보니
공원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는데요.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온 분들이 몇 분 보였습니다.
애들이 집에만 있으니 양육자 보고 놀아달라고 들들 볶을텐데
요새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죠.
탁 트인 공원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 분이 꽤 되는 거 같습니다.
본격 자전거도로?로 나가니까 조깅하는 분들이 그보다 더 많았는데 자전거 탄다고 사진을 몇 장 못 찍어서 아쉽네요.
햇살은 따갑고 바람은 찹찹하고
마스크에 땀이 차서 입가는 따가웠습니다.
무슨 대교 무슨 대교는 왜 그리 많은지 @.@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시 물가에 앉아서 달랬습니다ㅠ.ㅜ
서알못답게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그냥 닿는 대로 요리 가보고 조리 가보고 하다가
국회의사당을 봤습니다. 낯선 서울을 헤매다 익숙한 분이 계신 곳이라서 반가웠어요. 문쌤은 잘 지내고 계시겠죠?
그렇게 타다 보니 반납 시간이 다가와서 여의도로 향한다고 향했는데...
?!?
강서구까지 갔어요.
너무 당황해서 현장 사진을 못 찍은 점 양해 바랍니다.
다리는 땡기고 오르막길 나오고 동호회 분들 씽씽 달리고 배는 고프고
울먹거리면서 한시간을 더 헤맨 끝에
아이써올유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볼 땐 꼴사나워 보였는데 이제 보니 반가워서 가슴이 벅차오를 지경입니다.
자전거 반납하고 편의점까지 뒤뚱걸음으로 가서
라면 먹으니까 꿀맛★
다음에는 세저리민들과 올 수 있길 바라면서 세저리 이야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