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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코로나 시절, 우리는(김성진/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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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5067
- 등록일 : 2020-03-13
잡힐 듯 사그라들던 코로나19는 기어코 좁은 틈새를 파고 들어 지역 사회로까지 확산했습니다. 이제는 한달 남은 총선 이슈까지 집어삼키고 시장침체 등 거시흐름은 물론이고 자택근무ㆍ사회적 거리 두기 등 확산하는 등 일상 생활까지 잠식하고 나섰습니다.
코로나19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확산하자 한의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9일 전화 상담센터(1668-1075)를 열고 코로나19 확진자의 전화 진료를 개시했습니다. 전화 상담을 통해 전문한의사가 확진자 증상을 파악하면 그에 맞게 한약을 처방합니다. 한약은 자택 또는 격리 장소까지 배송하며 한약은 무료 처방합니다.
(* 코로나19 확진자의 한의처방 관한 글입니다https://brunch.co.kr/@iihsksj9497/73)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의 기자회견 중 현재 코로나 대응이 ‘대증 치료’로 한정된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고, 일선 진료현장에서도 대증치료만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효과가 입증된 한약을 활용해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양의계는 한방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라면서 한의학의 코로나19 개입을 줄곧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양의계가 명확한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 한의계는 한방 치료를 통해 발열, 오한 등 증상을 완화하면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환자의 신체 기관 기능을 도울 수 있다고 봤습니다.
처음 나선 시민 인터뷰...두려움에 발 돌리나?!
코로나19 한방치료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안전성 등을 우려하는 사람 한명,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사람 한명을 인터뷰할 계획입니다. 되도록 큰 병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 속에 섞여서 눈에 띄지 않게 인터뷰할 수 있을 겁니다. 광화문의 자생한방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아무래도 한방치료를 받은 사람이라면 경험에 근거해 할 말이 많을 거란 기대가 있어서였죠.
(사진 - 자생한방병원 앞. 방문객의 체온 측정을 위해 누군가 앉아있다 / 김성진)
시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스로를 배짱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병원 앞에 도착하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나를 어떻게 소개할지 확실히 마음을 굳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쓴 기사를 송고할 언론사도 없어서 따지고보면 블로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기레기 등 언론 혐오 때문에 저는 기자라 소개하는 게 취재에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예전에 대학 논술 고사가 한창일 때 저를 시민기자라고 소개하고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학부모 2~3명에게 거절당하고 단념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기에 앞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글로 끄적이며 취재 목적을 상기하고 자료 조사한 내용을 머릿속에 다시 입력했다/김성진)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할 겸 일단 한차례 병원에서 발을 돌렸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햄버거 집에 들어가 단품 하나만 시켰습니다. 자료 조사도 충분히 했고, 인터뷰 질문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인터뷰를 거절 당할 때 자존심이 꺾일 것을 미리 걱정한 모양입니다. 이제 막 취재보도를 배우려는데 시작부터 좌절하긴 싫었습니다.
자신감은 준비성으로부터 나옵니다. 능력주의가 최근 들어서는 소득 불평등, 계급 고착화 같이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이지만 어쨌든 ‘능력 있는 사람은 그만큼 대우를 해준다’는 첫 시작은 의미가 있는 겁니다. 묻는 내용에 대해 상대가 아는 게 많고 ‘대화를 통해 배울 게 있겠다’는 인상을 주면 인터뷰도 성사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획에는 없던 햄버거를 씹으면서 무엇을 묻고 싶은지 질문도 곱씹었습니다. 한편으론 한의학협회가 운영하는 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처방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기대하는 약효는 무엇인지 자료 조사를 더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전화 인터뷰도 대면 인터뷰의 사전 연습 형식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자생한방병원 내부 모습. 생각보다 공간도 좁았고 너무 조용해서 인터뷰를 시도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 김성진)
드디어 병원 안으로...구석에 앉아 누군가 기다리는 흉내만
문 앞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대기실은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폭이 10m도 되지 않는 복도에 접수대를 마주본 채 의자가 두 줄 놓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장감 때문에 사람들은 꼭 한 칸씩을 띄어 앉았더라고요. 접수, 퇴원을 기다리는 사람이 대여섯 명 있었는데 모두가 혼자 와서 그런지 대기실은 말 한마디 없이 조용했습니다.
여기에 대기실의 현대적이고 서울스런 인테리어는 아무래도 ‘내 할 일만 하고 떠난다’는 비즈니스적인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최신 연구소 같이 세련된 시설에 들어갈 때 압도돼서 옆 사람이랑 얘기를 못하는 그런 느낌을 받으신 적 있으신지...
접수를 하려면 번호표를 뽑아야 합니다. 전 진료를 볼 건 아니니 뽑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왜 왔지?’ 의심할까봐 ‘묻는다면 진료 들어간 어머니를 기다린다고 답해야지’라고 혼자 모범답안까지 생각해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도 관심 없는데 혼자 걱정했던 것 같아요.
병원 안에서 사진 두 장을 찍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웠습니다. 의도치않게 몰카를 찍는 느낌이었달까나.
이대로라면 인터뷰 힘들다, 작전변경!...병원 밖에서 인터뷰한다
조용한 병원 안에서 인터뷰를 시도하는 건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전을 바꿔 볼일 다 마치고 나가는 사람을 붙잡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눈앞에 퇴원을 하고 병원 밖으로 발걸음하는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음을 다 굳히지 못한 상태였는데 놓칠까 두려워 서둘러 짐을 챙겨 뒤를 쫓아갔습니다.
‘안녕한데요 죄송한데’란 말과 함께 시민분이 뒤를 돌아봤습니다. 낯선 이를 붙잡은 건 동네 도서관에서 관심 있는 여성분의 번호를 물어본 뒤로 처음입니다(하하). 이제 준비한 소개말들을 날릴 시간.
‘단비뉴스 인턴기자 김성진입니다. 최근 한의계가 코로나19 치료에 동참했는데 한방치료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 인턴기자라 한 것은 ‘명함 있나요?’라 물어볼 때 ‘인턴이라 없습니다’라고 답하기 위해서
- 몇 되지 않은 인터뷰 경험에 의하면 ‘인터뷰해도 괜찮을까요?’란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첫 질문으로 바로 넘어가는 게 중요.
이보다 더 좋은 접근법을 꾸준히 알아가야겠습니다
미디어 통해 보여진 기자 모습처럼 인터뷰 현장에서 수첩에 적어가며 듣지는 않았습니다. 현직기자가 강연에서 ‘인터뷰 중 기자 수첩에 적는 것은 인터뷰이의 자연스런 답변을 방해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동감입니다. 신문기자의 유리한 점 중 하나가 카메라 앞 시민들의 경직된 모습을 담아야 하는 방송기자와 달리 대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가 전화 진료 등 통해 한약 처방 중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효과가 있을 것 같은지
한약을 통해 좋아지는 부분은, 한약의 핵심은 환자의 증상을 보고 침을 놓는다든지 약을 처방하는 것. (대증치료) 코로나는 확실한 백신도 없이 한약 처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방할 약이 있었다면 이 난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
중국은 양약 한약을 병행 처방한다.
효과가 의학적으로 입증됐다면 할만하다고 본다.
한의학 양의 간 사이가 좋지 않다. 효과가 있다면 투여해도 상관 없는데 효과가 확실한지 알 수 없어. 효과가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코로나와 한방 치료는 다른 영역인 것 같다. 한방쪽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면 ‘완쾌되는 공식 같은 게 마련돼야’
완치 된 사례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본인은 무엇으로 진료를 받으러 왔나
그냥 몸.
한약을 먹는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예전엔 한약을 먹었는데 증상이 좋아져 후속치료만 받는 중. 침과 추나요법.
후속치료가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됐나
치료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계속 다니는 중이다. |
철저한 자료조사가 인터뷰의 힘...자료조사만 좋았지 물을 걸 못 물어봐ㅠㅠ
인터뷰 하기 전에 긴장을 너무 심하게 했습니다. 결과가 어땠든 일단 인터뷰를 마무리한 것만으로 뭔가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자료조사에 힘 쓴 게 다행이었습니다. 시민 인터뷰의 경우 해당 이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논란이 있는 이슈를 물으면 괜찮다가도 대개 화난 상태로 변해 인터뷰에 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중간에 말 끊기도 애매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 때문에 영양가가 계속 떨어집니다.
자료조사가 여러모로 큰 힘이 됐습니다. 일단 현 상황에 대해 인터뷰이에 사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이 어디어디인지 생각을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습니다. (1) 전화 진료가 문제인 것 같냐 (2) 한방 치료 자체가 문제인 것 같냐. 인터뷰이는 전염성 있는 확진자기 때문에 전화 진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조사를 했기 때문에 인터뷰이 답변에 더 구체적인 질문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이는 한방 치료 관해서는 한의학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치료를 통해 회복된 실증적 사례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경우 한방 치료를 병행한 확진자가 완치율도 높고 입원 기간도 14.3% 낮은데 이것을 회복 사례로 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인터뷰이는 지리적, 문화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회복 사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조사한 자료가 있으니 질문에도 힘이 실리고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인터뷰이가 끝까지 성심성의껏, 그리고 처음 접한 정보와 질문에도 고민하며 답하게 한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인터뷰이의 실명 나이 등을 묻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를 끝마무리 지으며 계속 생각은 했는데 묻지 못했습니다. 스스로의 취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이정도 답해준 것만으로 감사하다. 빨리 끝내자’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취재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니, 인터뷰를 마치고 다른 분 인터뷰도 시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돌아와 글을 쓰려니 ‘증상에 초점을 맞춘 한의학의 대증치료가 코로나19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란 의견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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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몸만 병들게 했는데, 오히려 인간이 헐뜯을 대상을 찾느라 사회를 병들게 한 것 같습니다. 기자가 전해야 하는 사실이 뭔지 고민하게 되는 하루하루입니다.
몸 조심하세요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