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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코로나 시절, 우리는(조한주/인천)

  • 1* *
  • 조회 : 5713
  • 등록일 : 2020-03-14
KakaoTalk_20200314_123218444_20.jpg ( 3,151 kb)




안녕하세요. 13기 신입생 조한주입니다.


합격 소식을 보고 설렌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며

처음 살게 될 기숙사에는 대체 뭘 준비해야할까
학교에 가는 건 오랜만인데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으로 가득했던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1월이 지나고 2월...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인천은 중국인이 많고, 공항과 항구를 갖춘 교통의 허브임에도
확진자가 인구수에 비해 매우 적어 코로나19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는데요.

그런데도 제 일상과 저희 지역은 물흐르듯 많은 변화가 생겨났나 봅니다.
어떤 점에서 변화를 제대로 느꼈는지 지금부터 말씀드릴게요.




평소와 같이 맥도날드에 알바하러 가기 전 별 생각없이
'그래도 사람은 적게 오겠지. 꿀알바네'하고 나름 행복했었습니다.


























위 사진처럼 하루 동안은 빈 의자가 가득했어요.

하루 동안은요...


정부가 위기경보를 4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뒤 제가 다니는 곳 지점장은 기쁨(?)에 겨워 매일 행복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많은 식당이 문을 닫아 딱히 밖에서 먹을 곳이 없었고
방학 동안 아이들 세 끼 먹이느라 힘들었던 주부들은 미뤄진 개학에 맥도날드를 선택했고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만만한 맥도날드에 전화로 주문했죠.
한 명이 한 번에 세트 10개를 포장해가는 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됐습니다.


원래도 장사가 잘 되는 매장이었지만 요즘은 평일에도!
주말 수준의 매출을 하고 있고요.
특히 금요일 어제는 점심 한 시간 동안
무려 700만원이나 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ㄷㄷ...


알바들이 얼마나 죽어났을지 아시겠지요..? 저 역시 초주검 상태로 일했습니다^^..
그래도 5시에 회의에 늦지 않게 참석했답니다







일상이 바뀐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저는 적당히 노트북도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를 해왔는데요.
약간 구석진 곳에 있어서, 소위 말하는 고인물(매번 그곳에 가는 사람)들만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곳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이렇게..


             























고인물들이 매번 앉는 몇몇 자리 빼고는 거의 비어있었는데요.



며칠 전 갔는데 제가 매일 앉던 자리에 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적당한 자리를 찾아보니 빈 자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보이시나요?

가득한 사람들이..?
비어보여도 다 자리가 있었고 잠깐 담배, 식사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 뿐이었습니다.


저는 간신히 구석 자리에 앉을 수 있었죠. 평소였으면 절대 안 앉았을 자리에요.
주변 도서관들이 모두 임시로 휴관하는 바람에 도서관 지박령들이 오랜만에 돈드는 스터디카페로 거처(?)를 옮긴 거였어요.

코로나가 유행이든 매일 하던 공부는 해야하는 고시생, 취업준비생 등이 공부할 곳을 찾으러 이곳까지 온 거죠.


도서관에 익숙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그들이 오자
원래 건의사항을 적어 붙여왔던 게시판에는


"타자 소리가 시끄럽다"
"기침 좀 그만 해달라"
"볼펜 딸깍거리지 말아달라"


와 같은 글귀로 가득해졌고요.
부스럭부스럭 공부할 때 시끄러운 저는 눈물과 함께 집에서 강제(?) 자가격리를 하게 됐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 셈






















공적마스크 산다고 주변 약국에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길게 줄을 섰고요.

다시 보니 정말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제 일상에 찾아왔네요.





그래도 여전히 저한테 코로나19는 조금 먼 이야기였어요.

치사율이 낮기도 했고 나름 젊은 나이인지라 마스크 쓰고 손을 자주 씻으며 면역력 관리만 하면
괜찮다는 안이한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글을 올리기 위해 집 근처(저희 집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중간에 있어요!) 공항에 가니
그제서야 코로나19의 존재감이 느껴졌어요.




2014년 저는 인천공항에 있었던 맥도날드에서 약 8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당시 아침에 출근을 하면 줄이 거짓말 안 하고 한 30m는 있었어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1층 분수대 바로 옆 매장(지금은 롯데리아가 있는 곳)을 바라보면
한숨이 푹푹 나왔죠


그만큼 24시간 내내 심지어 새벽에도 인천공항에는 직원과, 여행객과, 마중나온 사람들 등 사람이 가득했어요.
작년 12월 가족 여행하러 갔을 때에도 사람이 아주 많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 없는 인천공항이라니요..

이렇게 텅 빈 공항은 정말 머리털나고 처음 본지라 너무 어색했죠.
공항 이용객보다는 직원이 2배 이상 많은 것 같았고요.



























곳곳에 있는 경고 문구,























열 감지 카메라와 담당 직원들,









평소보다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은 공항 상주 경찰과 군인들,

꽉 차 있었을 벤치도 대부분 비어있었어요.
출국장도 두셋 정도만 운영하고 있었고요.


























한 줄로 서달라는 안내판이 무색하게 텅 비어있는 여행사 데스크들.

평소라면 바글바글하진 않아도 사람이 끊기지는 않았을텐데요.



절이나 성당만큼 조용하진 않았지만 또 평소만큼 소란스럽지도 않았죠. 조용한 공항..

이용객은 아주 드물었어요. 특히 외국인은 매우 적었죠.


그 고요한 분위기에서야 코로나19라는 이름이 비로소 제 가슴에 닿았어요.
다들 경직되고 긴장한 느낌. 활기찬 공항이었는데요..
기침 한번 켈록했더니 주변 직원들 십수 명이 동시에 저를 봤던 그 상황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꽉 차 있어야 했을 항공 스케줄 표도 반 이상 비어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공항에 어떤 변화가 있냐는 제 질문에

입국 층인 1층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하는 김나경 씨는

"원래 저게(항공 스케줄 게시판) 꽉 차 있어야 하는데 거의 비어있죠. 

요즘엔 반의 반도 없는 느낌이에요. 특히 외국인이 많이 줄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더 충격이었던 건 김포공항의 모습이었는데요.
김포공항역에서 중국과 일본 여행객들이 오가는 김포공항 국제선으로 가는 길입니다.





1분이 넘게 긴 통로를 걸었지만(화면이 통통 튀는 건 이해해주세요ㅠㅠ 2배속 했습니다)
퇴근길인 직원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도...

아무도 없었어요.


이 영상을 찍은 목요일에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제선 여객기가 단 한 기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한 기도 없는 건 2003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재작년 8월쯤 교환학생을 떠나는 동생을 배웅하러 간 이후로 처음 온 김포공항이었지만
공항이라는 게 보통은 24시간 운영이고,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잖아요.
그런데
















보시는 바와 같이 텅텅 비었습니다.

















여기도 텅
















저기도 텅










항공 스케줄을 알려주는 전광판에는 아예 한 편도 보이질 않았고요. (고장 아닙니다)















공항 경찰만이 심심한듯 벤치에 앉아있어요.


이 사진에서 직원이 아닌 공항 이용객은 몇 명일까요?

정답은 0명입니다.


























공항 내부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요.
2층 불은 아예 꺼져있었습니다.


원래 지금쯤이라면 연예인들 출국 입국때문에라도 시끌시끌했었을텐데
비행기가 아예 없으니 정말 아무도 없더라고요.

인천공항은 그래도 사람 소리가 있었는데 김포공항 국제선은 너무나 적막했습니다.

'적막'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새삼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의 교통이 상당수 막혔다는 게 생생히 느껴졌어요.






북적북적한 게 정상인 공항이 고요한 걸 보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요.
그래도 고무적인 건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메르스처럼 아주 치명적인 병이 아니고, (그러니까 맥도날드가 미어터지는 거겠죠... 후...)
정부도 확산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하는 걸로 보여요.
































이렇게 지하철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쓸 정도로 각자 나름 노력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옛날 옛적처럼 전염병이 돌았다고 한 지역을 아예 폐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어떤 나라는 그렇게도 했지만

또 그런 폐쇄 조치가 그닥 효과도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처럼 조심하며 일상을 이어가는 일이겠죠.




제가 항상 힘들 때면 속으로 되뇌는 말이 몇 마디 있는데요.
그 중 가장 효과가 있던 건 바로 이 말이었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코로나19 역시 지나갈 것이고, 지금의 경험은 앞으로 올지도 모르는 위기에 아주 좋은 경험과 양분이 되겠죠. 그게 국가든 개인이든요.


힘들어하고 있을 확진자와 그 가족, 특히 고난을 겪고 있을 대구경북지방 모두 힘내길 바라며
코로나19 또한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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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6
google Zach Kim   2020-03-14 22:03:52
직접 찍으신 사진을 보니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과 사회가 현실감 있게 느껴집니다. 텅 빈 공항이라니... 영화 <터미널>이 떠오르는데, 정말 낯설게 느껴지네요 ㅠㅠ
naver 마님   2020-03-14 22:10:46
알바의 기대를 깨고 매출 급상승한 맥도널드, 반전이야! 스터디 카페 이야기도 신선하고 공항은 짐작한 것 이상으로 적막하네. 뉴스가치 뿜뿜^^
naver -   2020-03-14 22:14:21
스터디카페 상황이 저렇다니.. 놀랍네요 ㅠㅠ
잘 읽었어요~~!!
naver -   2020-03-15 00:30:53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있는 상황, 기침하니까 모두 나를 쳐다보던 그 기분. 저도 참 공감되네요. 하루빨리 코로나가 잡히길!
naver -   2020-03-15 13:04:36
공항까지 가시다니 열정이 대단해요ㅎㅎ 한주님이랑 같이 팀 활동할 게 기대되네요! 반갑습니다~
naver dlawld****   2020-03-15 16:17:23
코로나 터지기 한 달 전쯤 유럽여행을 다녀온다고 인천 공항을 방문한 기억이 나네요. 사람이 너무 많아 어지럽고 답답했는데 텅 빈 공항을 보니 신기합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 개강하면 웃는 얼굴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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